와인의 두 거장, 나파 밸리의 로버트 몬다비와 보르도의 바롱 필리프 드 로칠드가 1978년 함께 모여 오퍼스 원을 만들기로 했을 때, 두 사람은 오크빌 테루아를 독보적이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 원대한 비전을 살아 숨 쉬며 진화하는 현실로 구현하려면 명성과 귀한 포도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땅과 양조장을 조화롭게 이끌 지휘자가 필요했습니다.
25년 동안 그 지휘자 역할을 맡은 인물은 마이클 실라치였습니다.
실라치가 2026년 수확을 마친 뒤 은퇴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와인 업계는 현대 캘리포니아 와인 양조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이끈 재임 기간 중 하나의 막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마이클 실라치의 은퇴가 단순한 소식이 아닌 이유, 그리고 조용한 선구자가 선보이는 특별한 마지막 인사가 될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1. 포도밭과 양조장의 경계를 허물다
실라치가 2001년 오퍼스 원에 합류하기 전(처음에는 포도 재배 및 양조 책임자를 맡았고, 2003년부터 단독 양조가로서 전권을 행사), 고급 와인 양조는 종종 각 영역이 분리되어 운영됐습니다. 포도 재배자는 포도를 키우고, 양조가는 그 포도로 와인을 만들었습니다.
UC 데이비스와 보르도 대학교에서 모두 학위를 취득한 실라치는 보기 드문 이중적 관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포도밭과 양조장을 서로 다른 두 단계가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생태계로 바라봤습니다.
"포도밭과 양조장을 통합하는 총체적 양조 철학을 바탕으로, 그는 바롱 필리프 드 로칠드와 로버트 몬다비가 세운 비전을 지켜 왔습니다. 산지의 특성을 표현하고 타협 없는 품질을 추구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삼았습니다."
— 오퍼스 원 CEO 크리스 린치
2. 재생 농법을 선도하다
실라치가 25년간 남긴 유산은 100점 만점 점수로만 측정할 수 없습니다. 오크빌의 토양에 직접 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지속 가능성'이 기업의 마케팅 유행어가 되기 훨씬 전부터 실라치는 생태계의 장기적인 건강을 고려하는 방식을 조용히 실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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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 농법: 피복작물을 도입하고 경운을 중단해 토양 미생물 생태계를 되살리고 유기물을 자연스럽게 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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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관개: 물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대신 소량씩 정밀하게 관개해 뿌리가 깊게 뻗도록 유도하고 테루아를 한층 충실하게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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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파강 복원: 나파강과 맞닿은 와이너리 부지를 보호하고 생태적으로 복원하는 데 적극적으로 앞장섰습니다.
그의 관리는 나파의 고급 와인 명소도 농장처럼 책임감과 세심함을 갖고 운영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3. 아이콘을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리다
이미 명성이 높은 와이너리의 지휘봉을 잡는 일은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현상 유지를 하면 안주한다고 비판받고, 너무 많이 바꾸면 유산을 위태롭게 하는 무모한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실라치는 오퍼스 원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와인을 한층 정교하게 다듬었습니다. 세심한 포도밭 재식재, 구획별 수확, 끊임없는 세부 관리로 와인의 향의 복합성과 구조적 섬세함을 끌어올렸습니다. 그가 이끄는 동안 오퍼스 원은 전설적인 합작 사업을 넘어 보르도의 최고 샤토에 필적하는 세계적인 그랑 크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5. 조용한 협력자
마이클 실라치의 재임 기간을 뒷받침한 핵심은 위계적인 하향식 관리 대신 조용하고 협력적인 리더십을 중시하는 평등한 현장 중심의 경영 방식이었습니다. 옥스퍼드화보다 작업화를 신은 모습으로 자주 보였던 실라치는 포도밭 작업반과 양조팀의 모든 구성원을 와인 양조의 동등한 파트너로 대하며, 매일 진행하는 시음과 포도밭 순찰 때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구했습니다. 그는 인내심을 갖고 관찰하며 끊임없이 배우는 문화를 조성했습니다. 팀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과 신중한 도전을 이어가며 미세한 차이까지 세심하게 살피도록 이끌었습니다. 스스로를 명망 높은 '마스터 양조가'로 내세우기보다 와이너리와 구성원 모두를 돌보는 관리인으로 여긴 실라치는, 모든 빈티지의 유산에 각별한 애착을 느끼는 충성도 높고 장기 근속하는 직원들이 함께하는 문화를 키웠습니다. 이처럼 포용적인 문화에도 불구하고, 10여 년 전 경쟁 와이너리가 핵심 인력을 조직적으로 빼내면서 대규모 인력 이탈이 발생했습니다. 당연히 타격은 컸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실라치가 쌓아 올린 협력과 존중의 토대는 굳건히 버텨냈고, 오퍼스 원은 다시 일어서 이후 여러 차례 100점 만점을 받았습니다.
요즘 '마스터클래스'라는 말은 쉽게 쓰이지만, 마이클 실라치가 오퍼스 원에서 보낸 25년은 진정한 의미의 명강의였습니다. 와인 업계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에게서 배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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