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수법도 여러 가지다. 치밀한 사기도 있다. 그리고 NFL 선수인 척하려면 분류 등급 보르도 와인과 나파 카베르네를 쟁여 둔 지하 저장고까지 갖춰야 하는 종류의 사기도 있는 모양이다.
연방 검찰은 데이존 러브가 여러 해 동안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선수 등을 사칭하며, 여성들에게 자신이 매우 부유한 사람이라고 믿게 만들 호화로운 이미지를 꾸며 왔다고 주장한다. 이 사기 행각에는 결국 여성 최소 26명이 연루됐고 피해액은 130만 달러가 넘었다. 고급 승용차와 미식축구 유니폼, 투자 계좌인 양 꾸민 계좌, 그리고 재정 자문가로 사칭한 인물까지 등장했다. 다시 말해, 포티나이너스의 실제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만 빼고는 거의 모든 것이 다 있었다.
이처럼 치밀한 사기 수법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러브는 데이트에서 무슨 술을 마셨을까? 당연히 백만장자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남자가 베어풋 멀롯을 마시는 모습을 보일 리는 없다. 그런 술은 그가 꾸민 이미지를 망칠 테니까.
눈치채지 못한 연애 상대에게 NFL 선수만큼 돈이 있다고 믿게 만들고 싶다면, 그 이야기를 뒷받침해 줄 소품이 필요하다. 람보르기니가 도움이 된다. 헬멧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마무리로 가장 효과적인 건 주방 조리대 위에 무심한 듯 놓인 샤토 마고 한 병일지도 모른다.
고급 와인 한 병만큼 “내겐 현금이 넘쳐”라고 외치는 것도 없다. 고급 와인은 부를 꾸며 내는 시대에 거의 완벽한 소품이다. 40년 전 사기꾼이라면 맞춤 양복과 빌린 메르세데스, 그리고 어딘가 스위스풍으로 보이는 글자를 양각한 명함쯤은 필요했을 것이다. 오늘날에는 인스타그램 계정과 람보르기니 우루스, 그리고 와인서처 평균가만 봐도 저녁 식사 자리가 어색해질 만한 와인 한 병이면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자동차 열쇠 옆에 할란 한 병이 놓여 있으면, 저녁 식사 중에 굳이 분위기를 깨고 그 사람 이름이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선수 명단에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고급 와인 마케팅 업계가 받은 가장 이례적인 홍보 효과일지도 모른다.
와인 업계 경영진은 고급 와인을 젊은 소비자에게 어떻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게 할지 두고 수없이 회의를 거듭해 왔다. 그 답은 도미노피자부터 토요타까지 대형 소비재 브랜드가 써 온 전략에 있을지도 모른다. 제품을 내셔널 풋볼 리그의 세계 안에 배치하는 것이다. 즉, 컴바인과 드래프트, 시즌 개막전, 먼데이 나이트 풋볼, 해외 경기, 플레이오프, 그리고 물론 NFL 최대 행사인 슈퍼볼을 전후로 제품을 노출하고 프로모션을 펼치는 것이다.
시음 노트와 점수는 잊어도 좋다. 현대의 브랜드 마케팅에서는 와인이 경기와 관련된 대화 속에 등장하느냐가 그 못지않게 중요할 수 있다.
자동차는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미식축구 선수라는 설정도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값비싼 와인도 의도했든 아니든 같은 역할을 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고급품이 소유자에 관해 의미 있는 무언가를 전달한다고 믿기 때문에, 고급품은 부를 꿈꾸는 환상 속에서 소품으로 기능한다.
그러니 와인 업계 일각의 우려와 달리 보르도가 그리 죽어 가고 있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보르도는 어쩌면 고급 브랜드가 늘 기대 온 바로 그 능력을 여전히 갖추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너무 많은 질문을 던지기 전에 부를 과시하는 능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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